당신의 귀염둥이는 내가 잘 데려갈테니 잊고 새 사람을 찾아보라 이말입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에들턴의 앞을 슬쩍 가로막으며 에스메랄다를 쳐다봤다. 기가 차다는 얼굴로 나를 노려보지만 제가 어쩔건가? 황족이 평민과 놀아났다가는 타국에 비웃음사기 딱 좋다. 특히 그것이 남자귀족이 아닌 여자라면 더욱 그렇다. 네가 나로 태어나지 못한 것을 후회해라. 에스메랄다는 얼굴을 찌푸렸지만 곧이어 들려온 노크 소리에 얼굴을 폈다
"무슨 일이냐.
"티모시 리클렌 공자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어머. 사랑하는 님께서 오셨네요.
문이 열리기 직전 에스메랄다가 역겨워하는 얼굴로 소리없이 혀를 찼다. 그러던 말던 문쪽을 열렬하게 바라봤다.
"가문의 천덕꾸러기가 기별 없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왔습니다.
오라버니는 나를 질질 끌어다 뒤에 세우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이럴수가 너무 억울하다. 심부름 하러 온 건데. 새파란 망토에 눈물을 찍고 있자니 에들턴 경이 끌리는 자락을 들어올려 편하게 도와줬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행복하게 웃으며 다시 뒤로 물러났다. 역시 실력으로든, 외모로든 파트론 주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재다. 어떻게든 잡아둬야겠다. 내가 한창 딴청을 피우는 사이 에스메랄다가 도장을 쿵 찍었다
"예전처럼 방종맞은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건강함이 틀림없네. 걱정 말고 돌아가시게.
그리고는 종이더미를 다시 내게 건넸다. 얼른 차노트로 돌아가 숨어있으라는 소리인가. 하긴, 이런 대규모 사건을 그 마법사 혼자서 담당했을리가 없다. 프라우에 여전히 인형극이 유행하는 것을 보아하니 한둘이 아니겠지. 얼른 들고 돌아가는 편이 좋겠다. 덥석 집어들고 종종걸음 쳐 멀리 떨어졌다.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험담도 할 수 있다. 에스메랄다의 뒤에 서 있는 시녀는 성격이 예사 성격이 아니라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무례한 사람들에게 손속이 가차없다.
"하나뿐인 친우에게 너무하시네요."
"너는 조용히 하거라.
오라버니 빛이 얼마나 매서운지 사람도 죽일 수 있을 것 같다. 에스메랄다는 아직도 사랑에 빠진 소녀 연기를 포기하지 못했는지 웃으며 손을 저었다
"틀린 말도 아니니 괜찮네. 차노트 대공은 평안하던가?
"예. 평안하십니다. 기절하기 전날 연회에서는 깜짝 놀랄 선물도 주셨지요.
아마 그 선물은 지금쯤 영지 남쪽에 있는 사냥터에 버려져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공비가 보내준 깜짝선물들은 동쪽 성벽 밑 절벽에서 때 아닌 혹한기 훈련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정말 인기가 너무 좋아도 탈이다. 아무리 좋아도 에스메랄다만 하지는 못하겠지만. 말귀를 잘 알아들은 에스메랄다는 너무나도 흡족해했다
"내 친우를 나처럼 극진히 모셨다니 보답을 해야겠지. 대공에게 잘 전하도록 하게.
책상에 있던 종을 흔드니 안쪽에서 시녀가 긴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누가 봐도 저건 칼이다. 에들턴이 조심스럽게 받아들고 부러워 죽겠다는 얼굴로 상자를 쓰다듬었다. 에스메랄다는 이제 내게 용건이 끝났는지 본격적으로 도장까지 내려놓고 편히 앉아 오라버니를 쳐다보았다. 얼른 사라져달라는 뜻이다.
"그럼 저는 차노트령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대충 손짓하는 에스메랄다에게 눈짓했다. 마음 곱게 써라. 그러다 비명횡사 당할라. 에스메랄다고 나한테 눈짓했다. 눈 한번 안 깜빡이는 걸 보니 고운 생각은 아니었을 것 같다. 든든한 둘째 오라버니 부하들의 호위를 받으며 황태자궁을 나왔다. 언제 준비했는지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누가 작업했을지 모를 황궁 마차다. 멍청하게 덥석덥석 아무 마차나 탔다가 아까운 목숨 날려먹은 지난날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영애인 척 마차 문을 열었다. 다행히도 아무도 없었다. 자리에 앉아 숨을 골랐다. 이놈의 황궁 절대로 다시는 오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 자꾸 올 일이 생긴다. 수명이 십년은 단축되는 기분이다. 같이 마차에 오른 에들턴은 정말 순진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다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다.
"역시 무리하신 것 같습니다. 안색이..."
"괜찮아요."
"출발하겠습니다."
"길드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곳에 잠깐 들르죠."
커다랗고 튼튼한 문을 두고 사람들이 창문으로 날아다니는 것을 멍하니 쳐다보는 에들턴의 손을 잡고 길드의 대책본부에 들어갔다. 문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처음 보는 것처럼 화들짝 놀라서 우리를 쳐다봤다. 뭘 봐. 눈 깔아. 눈짓을 하니 모두가 시선을 내리다 다시 휘둥그레 뜨고 나를 쳐다본다. 내가 뭐 잘못이라도 한 걸까. 위에서 그릇 깨지는 소리가 와장창 들리더니 무언가가 난간에 몸을 날렸다.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누군지 모를 사람이 바닥에 닿차마자 내 앞에 넙죽 엎드렸다.
"어서 오십시오, 후원자님."
"... 메리. 뭐 잘못했어요?"
내가 황제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올 필요가 있니. 속으로 등짝을 수십번 때리면서 어깨를 잡았다. 그런데 아무리 못먹어 가냘퍼졌다고 해도 너무 딱딱하다. 푹 숙인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얼굴은 확실히 메리가 맞았다. 나뭇결이 보이는 것만 빼면. 손끝부터 퍼지는 소름에 화들짝 뒤로 물러났다. 에들턴이 내 앞을 가리며 검을 뽑아들었다.
"너, 너 뭐야. 왜 그 모양이야?"
에들턴의 등 뒤에 숨어 살짝 쳐다봤다. 슬그머니 고개를 들던 가짜 메리와 눈이 마주쳤다. 속이 메스꺼워진다. 입을 가리고 고개를 돌렸다. 마법사들이 저주받은 채로 그냥 뒀을리는 없고, 정말 메리인가? 저주 후유증이라도 되는건가? 그렇다기에는 너무 나무같았는데. 에들턴을 시켜서 저걸 부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검은 망토가 눈앞에서 펄럭거렸다.
"꼭 앞을 봐야 하는 건 아니니까 내가 얼굴을 가리고 있을게."
아무리 잘 봐줘도 나무인형인 것 같은 메리가 망토 모자를 뒤집어쓰고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대체 내가 뭘 믿고 저게 진짜 메리라고 생각해야 하는 거지? 하여튼 가짜일지도 모르는 메리는 나와 에들턴을 띄워 최상층으로 안내했다. 내가 아는 메리는 통신마법이랑 폭발마법밖에 할 줄 모르는데 아무래도 가짜가 맞는 것 같다. 만약에 진짜라면 아르카나 학파를 노예 유통죄로 신고해야 한다. 멍청하기로 소문난 오메르드가 그새 마법천재가 됐을리가 없다. 내 마음도 모르고 메리인것 같은 가짜는 한참을 떠들었다.
"저주마법에 접촉했다고 해서 큰일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네. 그나저나 그 모자랑 망토 어디서 났니? 정말 괜찮다. 나도 하나 가지고 싶다. 어쩜 그렇게 완벽한 모자랑 망토가 다 있지? 그런 고깔모자를 꼭 가지고싶었어. 네가 사준건 너무 모범생같거든. 그나저나 이거 꼭 우리 영감님 망토처럼 생겼어."
메리가 맞는 것 같다. 선물했다가는 선전포고를 한 거냐며 장갑을 던져도 모자랄 판인데 마음에 들어하는 걸 보니 저건 내가 맞다. 내 망토를 슬쩍 들췄다가 그 밑에 두른 보자기를 보고는 내동댕이치듯 놓고는 멀찍이 물러섰다.
"으, 크로노스. 너무 싫어. 이런 비겁한 수를 쓰다니."
"네 생각이 너무 얕다고는 생각 안 하지? 그러니까 네가 팔푼이를 못 벗어나는 거다."
언제 왔는지 아르카나가 핀잔을 준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망토를 두르고 있다. 내 망토를 한번 쳐다보니 색만 다르고 거의 비슷하다. 이거 크로노스 학파 수장이 입는 망토였던건가. 이런 걸 함부로 주는 사람을 길드 수뇌부에 둬도 되는건가? 이래서 길드가 만년 적자인가. 아르카나의 망토는 빨간색이 아닌 검정색이었다. 아르카나 학파 하면 폭발마법인데, 생각해보니 그 검댕이 사방에 휘날릴 걸 생각하면 현명한 선택이다.
"올리비아가 보냈나?"
"오메르드 양을 만날 겸, 혹시 부탁하실 일이 있으실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차노트 영지의 레녹스 마법사와 함께 돌아가야 해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녹스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바닥에 넙죽 업드린 레녹스는 아르카나에게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차노트로 보내주세요! 제발!"
"간다고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이번 사건이 끝나면 너는 길드에 돌아와서 사흘간 통돌이행이다."
"안돼!"
"끌고 가."
아르카나의 단호한 대답에 레녹스는 발버둥쳤지만 에들턴은 서류를 들지 않은 손으로 번쩍 들었다. 무장을 하고도 다 큰 성인 남성 하나는 번쩍 들 수 있을 정도로 듬직한 체력이구나. 보면 볼수록 흡족해. 내 눈빛을 보고 메리가 질린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에들턴 경은 아무도 만나지 않고 가셔도 괜찮으신가요?"
"딱히 만날 사람이 없습니다. 굳이 만나자면 기사단 동기분들..."
"아... 그러면 오메르드 공자라도 만나고 갈까요?"
"살려주세요! 차노트에 가게 해 주세요!"
에들턴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리는 레녹스 마법사의 얼굴을 가렸다. 마음 약한 에들턴은 또 슬픈 얼굴이 되었다.
"돌아가시지요. 샐리 양이 걱정할겁니다."
"흥. 걱정하라지요. 올리비아님 부탁도 있었으니 돌아가기로 해요."
레녹스 마법사는 감사하다며 나와 에들턴을 마법으로 만든 커다란 손으 덥석 잡고 방을 나가려고 했다. 아직 내 용무가 안 끝났는데 이게 무슨 짓이지? 방문이 닫히기 전에 안쪽에 대고 소리쳤다.
"그런데 클라라는 언제쯤 오는거니? 심부름 간 애가 왜 안와?"
쿵 하고 문이 닫혔다. 얼마나 건물을 튼튼하게 잘 지었는지 대답했으면 들릴 법도 한데 모기 날아다니는 소리 하나 안 들린다. 그래도 듣기는 했으니 곱게 돌려주지 않을까? 위로 겸, 위험한 일좀 피해있으라고 간식좀 들려서 보냈더니 영 돌아올 줄을 모르네. 아무리 샐리가 내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정도로 말 잘 듣는 시녀라지만 클라린스처럼 괴롭히는 맛이 있는 건 아니다. 내 약점을 너무 잘 알아서 놀려먹을 수가 없다. 오히려 메리나 클라라처럼 적당히 나에 대해 잊고 있는 녀석들이 좋다. 필요해서 보내달라고 해 보내기는 했는데, 대체 얼마나 청소를 안 하고 살기에 애가 아직도 못 돌아오나? 그런데 마법사면 청소 정도는 마법으로 하지 않을까? 설마 필요하다는 게 실험쥐가 필요하다는 거였나?
"레녹스 마법사님."
"예! 길드의 가장 위대한 후원자이신 리클렌 영애님!"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기사들처럼 바짝 군기가 든 모습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나는 흘러내리는 모자를 고쳐쓰고 손짓했다.
"놔주세요."
"아, 예. 실례했습니다. 거기에 잠시라도 더 있었다가는 정말로 통돌이에 들어갈 것 같아서..."
아마 정말로 들어갈 거라고 생각한다. 기부해주면 제자로 받아준다기에 기부했더니 정말로 받아줬고, 잡아서 족치겠다더니 정말로 잡아서 족치고 있는 걸 보면 허튼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아직도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레녹스 마법사의 어깨를 다독였다.
"돌아가면 연락마법을 쓸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위대한 후원자님. 얼마든지 부려주십시오."
"그렇게 말씀하시면 너무 부담스럽네요. 대공께는 이쪽에서 연락드리죠. 부탁드려요, 에들턴 경."
"네. 그런데 클라라라면, 샐리 양이 말한 그..."
위험하다. 왜 에들턴이 클라라에게 관심을 주지? 그 예쁜 애한테 관심이 있나? 적당히 잘 살고, 신분도 적당해서 평민이 장가들기에는 딱 좋은 집안이긴 한데. 감히 내 우아한 계획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다니. 미래의 소드마스터를 놓칠 수는 없다. 귀엽다고 요새 오냐오냐 해줬더니 용기가 가상하군.
"시녀죠. 말동무 삼아 거둬들인."
"샐리 양도 그분이 없어 많이 적적하신 모양입니다."
아니었나. 샐리 그 사악한 계집애가 매일 괴롭히기만 하는 줄 알았더니 예상외로 잘 챙기고 있었나. 하긴 내가 잠깐만 눈을 돌리면 자꾸 뭘 먹고 있기는 했다. 요즘들어 오동통 살이 올랐다 했더니 다 샐리가 잘 먹인 것이었나. 빨리 클라린스를 찾아와야 할 이유가 생겼네. 그 애가 없으니 마음편히 못된 계집애를 골릴 계획도 세울 수가 없다. 가끔 넋 달아난 이야기를 해서 듣는 귀족 창피하게 하는 말을 하곤 하는데, 그게 참 마음에 든다.
"길드에 항의를 해야겠네요."
"안됍니다! 제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진정하세요. 그 김에 의뢰할 것도 있으니까요. 오메르드 양의 실력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레녹스 마법사는 이상한 것을 본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실력을 알아서 아르카나님 밑으로 보낸 것 아니었습니까?"
"아뇨. 친구니까 신경써준거지요. 프라우에 돌아가면 기념으로 파티를 할 생각인데, 화려한 불꽃놀이를 할 생각이예요. 화약과는 다른, 차원이 다른 규모로 말이죠."
"폭발... 정말 아름다운 마법이지요. 그런 거라면 다른 마법사들이 더 잘 할겁니다. 오메르드 마법사는 크로노스같은 커리큘럼을 밟아서 역시 폭발에는 약하지요."
레녹스 마법사는 불꽃놀이라는 말에 몽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발 밑에 마법진이 있는데 저렇게 넋을 놓아도 되는 건가? 허공에서 손을 더듬으며 무언가를 찾는 듯 싶더니 프라우에 올 때 쓴 책을 뽑아냈다. 그나저나 책등이 살짝 찍혀있는 게 너무 신경쓰인다. 만져도 괜찮을까? 살짝 누르면 펴질 것 같은데. 에들턴은 책에 써있는 글자를 읽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 같다. 몰래 손을 뻗어 구겨진 책등을 폈다. 그리고 눈을 살짝 들었다. 경악하는 마법사와 눈이 마주친 순간 주변은 차노트 성 마법사의 탑이었다.
"어머. 정말 뛰어나네요. 레녹스, 크로노스로 옮기는 건 어때요?"
"세상에... 정말인가"
떨리는 목소리로 자기 손을 쳐다보는 레녹스를 두고 탑을 나왔다. 저 무식한 마법사는 권력에 굴복해 이동마법진을 상시개방해두었다. 탑 밖으로 나오니 역시 조금 쌀쌀했다. 멀리서 줄리에타가 달려오고 있으니 어서 피해야겠다. 대체 저 멀리서 내가 있는건 어떻게 안 건지.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에들턴이 고개를 갸웃한다.
"영애. 다시 프라우로 돌아가는 건 어떻겠습니까?"
"곤란해요. 올리비아 님께서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는걸요."
"하지만..."
"내일이면 떠나기로 한 날이예요. 하루 정도는 괜찮겠죠?"
영 탐탁찮아하는 에들턴을 두고 건물로 들어갔다. 열심히 발을 놀리다고 놀렸지만 슬리퍼는 어쩔 수 없었는지 줄리에타가 코앞까지 따라왔다. 숨이 차지도 않는지 옆에 딱 달라붙어서는 요새 통 안보이던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세상에, 영애! 모자가 정말 따듯해보여요! 그리고 이렇게 어울리는 망토는 대체 어디서 구하셨어요? 고트 영애가 보면 깜짝 놀랄거예요. 세상에... 공자라도 모셔와 보여드려야겠어요."
불쌍한 제이슨 고트를 마음속으로 위로했다. 그도 나와 같은 날에 돌아간다니, 귀경길은 덜 위험하지 않을까. 줄리에타는 봄이 올 때까지 차노트에 남아있는다고 했으니 소트 남작가의 동향을 알아보기 좋을 것이다.
"고트 공자는 소트 공자와 많이 바빠보이시던데요. 우리는 온실에서 차를 마셔요.
"좋아요! 제가 준비해둘테니 꼭 오셔야해요!"
올때처럼 부리나케 달려 사라졌다. 줄리에타 피뇨르와 같이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해도 숨이 찬다. 저 집안은 어쩜 저렇게 힘이 넘쳐날까. 에들턴이 건네준 서류를 들고 문을 열었다.
"다녀왔습니다, 올리비아님."
"어서와요."
"무슨 일이냐.
"티모시 리클렌 공자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어머. 사랑하는 님께서 오셨네요.
문이 열리기 직전 에스메랄다가 역겨워하는 얼굴로 소리없이 혀를 찼다. 그러던 말던 문쪽을 열렬하게 바라봤다.
"가문의 천덕꾸러기가 기별 없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왔습니다.
오라버니는 나를 질질 끌어다 뒤에 세우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이럴수가 너무 억울하다. 심부름 하러 온 건데. 새파란 망토에 눈물을 찍고 있자니 에들턴 경이 끌리는 자락을 들어올려 편하게 도와줬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행복하게 웃으며 다시 뒤로 물러났다. 역시 실력으로든, 외모로든 파트론 주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재다. 어떻게든 잡아둬야겠다. 내가 한창 딴청을 피우는 사이 에스메랄다가 도장을 쿵 찍었다
"예전처럼 방종맞은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건강함이 틀림없네. 걱정 말고 돌아가시게.
그리고는 종이더미를 다시 내게 건넸다. 얼른 차노트로 돌아가 숨어있으라는 소리인가. 하긴, 이런 대규모 사건을 그 마법사 혼자서 담당했을리가 없다. 프라우에 여전히 인형극이 유행하는 것을 보아하니 한둘이 아니겠지. 얼른 들고 돌아가는 편이 좋겠다. 덥석 집어들고 종종걸음 쳐 멀리 떨어졌다.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험담도 할 수 있다. 에스메랄다의 뒤에 서 있는 시녀는 성격이 예사 성격이 아니라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무례한 사람들에게 손속이 가차없다.
"하나뿐인 친우에게 너무하시네요."
"너는 조용히 하거라.
오라버니 빛이 얼마나 매서운지 사람도 죽일 수 있을 것 같다. 에스메랄다는 아직도 사랑에 빠진 소녀 연기를 포기하지 못했는지 웃으며 손을 저었다
"틀린 말도 아니니 괜찮네. 차노트 대공은 평안하던가?
"예. 평안하십니다. 기절하기 전날 연회에서는 깜짝 놀랄 선물도 주셨지요.
아마 그 선물은 지금쯤 영지 남쪽에 있는 사냥터에 버려져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공비가 보내준 깜짝선물들은 동쪽 성벽 밑 절벽에서 때 아닌 혹한기 훈련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정말 인기가 너무 좋아도 탈이다. 아무리 좋아도 에스메랄다만 하지는 못하겠지만. 말귀를 잘 알아들은 에스메랄다는 너무나도 흡족해했다
"내 친우를 나처럼 극진히 모셨다니 보답을 해야겠지. 대공에게 잘 전하도록 하게.
책상에 있던 종을 흔드니 안쪽에서 시녀가 긴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누가 봐도 저건 칼이다. 에들턴이 조심스럽게 받아들고 부러워 죽겠다는 얼굴로 상자를 쓰다듬었다. 에스메랄다는 이제 내게 용건이 끝났는지 본격적으로 도장까지 내려놓고 편히 앉아 오라버니를 쳐다보았다. 얼른 사라져달라는 뜻이다.
"그럼 저는 차노트령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대충 손짓하는 에스메랄다에게 눈짓했다. 마음 곱게 써라. 그러다 비명횡사 당할라. 에스메랄다고 나한테 눈짓했다. 눈 한번 안 깜빡이는 걸 보니 고운 생각은 아니었을 것 같다. 든든한 둘째 오라버니 부하들의 호위를 받으며 황태자궁을 나왔다. 언제 준비했는지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누가 작업했을지 모를 황궁 마차다. 멍청하게 덥석덥석 아무 마차나 탔다가 아까운 목숨 날려먹은 지난날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영애인 척 마차 문을 열었다. 다행히도 아무도 없었다. 자리에 앉아 숨을 골랐다. 이놈의 황궁 절대로 다시는 오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 자꾸 올 일이 생긴다. 수명이 십년은 단축되는 기분이다. 같이 마차에 오른 에들턴은 정말 순진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다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다.
"역시 무리하신 것 같습니다. 안색이..."
"괜찮아요."
"출발하겠습니다."
"길드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곳에 잠깐 들르죠."
커다랗고 튼튼한 문을 두고 사람들이 창문으로 날아다니는 것을 멍하니 쳐다보는 에들턴의 손을 잡고 길드의 대책본부에 들어갔다. 문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처음 보는 것처럼 화들짝 놀라서 우리를 쳐다봤다. 뭘 봐. 눈 깔아. 눈짓을 하니 모두가 시선을 내리다 다시 휘둥그레 뜨고 나를 쳐다본다. 내가 뭐 잘못이라도 한 걸까. 위에서 그릇 깨지는 소리가 와장창 들리더니 무언가가 난간에 몸을 날렸다.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누군지 모를 사람이 바닥에 닿차마자 내 앞에 넙죽 엎드렸다.
"어서 오십시오, 후원자님."
"... 메리. 뭐 잘못했어요?"
내가 황제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올 필요가 있니. 속으로 등짝을 수십번 때리면서 어깨를 잡았다. 그런데 아무리 못먹어 가냘퍼졌다고 해도 너무 딱딱하다. 푹 숙인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얼굴은 확실히 메리가 맞았다. 나뭇결이 보이는 것만 빼면. 손끝부터 퍼지는 소름에 화들짝 뒤로 물러났다. 에들턴이 내 앞을 가리며 검을 뽑아들었다.
"너, 너 뭐야. 왜 그 모양이야?"
에들턴의 등 뒤에 숨어 살짝 쳐다봤다. 슬그머니 고개를 들던 가짜 메리와 눈이 마주쳤다. 속이 메스꺼워진다. 입을 가리고 고개를 돌렸다. 마법사들이 저주받은 채로 그냥 뒀을리는 없고, 정말 메리인가? 저주 후유증이라도 되는건가? 그렇다기에는 너무 나무같았는데. 에들턴을 시켜서 저걸 부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검은 망토가 눈앞에서 펄럭거렸다.
"꼭 앞을 봐야 하는 건 아니니까 내가 얼굴을 가리고 있을게."
아무리 잘 봐줘도 나무인형인 것 같은 메리가 망토 모자를 뒤집어쓰고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대체 내가 뭘 믿고 저게 진짜 메리라고 생각해야 하는 거지? 하여튼 가짜일지도 모르는 메리는 나와 에들턴을 띄워 최상층으로 안내했다. 내가 아는 메리는 통신마법이랑 폭발마법밖에 할 줄 모르는데 아무래도 가짜가 맞는 것 같다. 만약에 진짜라면 아르카나 학파를 노예 유통죄로 신고해야 한다. 멍청하기로 소문난 오메르드가 그새 마법천재가 됐을리가 없다. 내 마음도 모르고 메리인것 같은 가짜는 한참을 떠들었다.
"저주마법에 접촉했다고 해서 큰일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네. 그나저나 그 모자랑 망토 어디서 났니? 정말 괜찮다. 나도 하나 가지고 싶다. 어쩜 그렇게 완벽한 모자랑 망토가 다 있지? 그런 고깔모자를 꼭 가지고싶었어. 네가 사준건 너무 모범생같거든. 그나저나 이거 꼭 우리 영감님 망토처럼 생겼어."
메리가 맞는 것 같다. 선물했다가는 선전포고를 한 거냐며 장갑을 던져도 모자랄 판인데 마음에 들어하는 걸 보니 저건 내가 맞다. 내 망토를 슬쩍 들췄다가 그 밑에 두른 보자기를 보고는 내동댕이치듯 놓고는 멀찍이 물러섰다.
"으, 크로노스. 너무 싫어. 이런 비겁한 수를 쓰다니."
"네 생각이 너무 얕다고는 생각 안 하지? 그러니까 네가 팔푼이를 못 벗어나는 거다."
언제 왔는지 아르카나가 핀잔을 준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망토를 두르고 있다. 내 망토를 한번 쳐다보니 색만 다르고 거의 비슷하다. 이거 크로노스 학파 수장이 입는 망토였던건가. 이런 걸 함부로 주는 사람을 길드 수뇌부에 둬도 되는건가? 이래서 길드가 만년 적자인가. 아르카나의 망토는 빨간색이 아닌 검정색이었다. 아르카나 학파 하면 폭발마법인데, 생각해보니 그 검댕이 사방에 휘날릴 걸 생각하면 현명한 선택이다.
"올리비아가 보냈나?"
"오메르드 양을 만날 겸, 혹시 부탁하실 일이 있으실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차노트 영지의 레녹스 마법사와 함께 돌아가야 해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녹스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바닥에 넙죽 업드린 레녹스는 아르카나에게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차노트로 보내주세요! 제발!"
"간다고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이번 사건이 끝나면 너는 길드에 돌아와서 사흘간 통돌이행이다."
"안돼!"
"끌고 가."
아르카나의 단호한 대답에 레녹스는 발버둥쳤지만 에들턴은 서류를 들지 않은 손으로 번쩍 들었다. 무장을 하고도 다 큰 성인 남성 하나는 번쩍 들 수 있을 정도로 듬직한 체력이구나. 보면 볼수록 흡족해. 내 눈빛을 보고 메리가 질린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에들턴 경은 아무도 만나지 않고 가셔도 괜찮으신가요?"
"딱히 만날 사람이 없습니다. 굳이 만나자면 기사단 동기분들..."
"아... 그러면 오메르드 공자라도 만나고 갈까요?"
"살려주세요! 차노트에 가게 해 주세요!"
에들턴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리는 레녹스 마법사의 얼굴을 가렸다. 마음 약한 에들턴은 또 슬픈 얼굴이 되었다.
"돌아가시지요. 샐리 양이 걱정할겁니다."
"흥. 걱정하라지요. 올리비아님 부탁도 있었으니 돌아가기로 해요."
레녹스 마법사는 감사하다며 나와 에들턴을 마법으로 만든 커다란 손으 덥석 잡고 방을 나가려고 했다. 아직 내 용무가 안 끝났는데 이게 무슨 짓이지? 방문이 닫히기 전에 안쪽에 대고 소리쳤다.
"그런데 클라라는 언제쯤 오는거니? 심부름 간 애가 왜 안와?"
쿵 하고 문이 닫혔다. 얼마나 건물을 튼튼하게 잘 지었는지 대답했으면 들릴 법도 한데 모기 날아다니는 소리 하나 안 들린다. 그래도 듣기는 했으니 곱게 돌려주지 않을까? 위로 겸, 위험한 일좀 피해있으라고 간식좀 들려서 보냈더니 영 돌아올 줄을 모르네. 아무리 샐리가 내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정도로 말 잘 듣는 시녀라지만 클라린스처럼 괴롭히는 맛이 있는 건 아니다. 내 약점을 너무 잘 알아서 놀려먹을 수가 없다. 오히려 메리나 클라라처럼 적당히 나에 대해 잊고 있는 녀석들이 좋다. 필요해서 보내달라고 해 보내기는 했는데, 대체 얼마나 청소를 안 하고 살기에 애가 아직도 못 돌아오나? 그런데 마법사면 청소 정도는 마법으로 하지 않을까? 설마 필요하다는 게 실험쥐가 필요하다는 거였나?
"레녹스 마법사님."
"예! 길드의 가장 위대한 후원자이신 리클렌 영애님!"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기사들처럼 바짝 군기가 든 모습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나는 흘러내리는 모자를 고쳐쓰고 손짓했다.
"놔주세요."
"아, 예. 실례했습니다. 거기에 잠시라도 더 있었다가는 정말로 통돌이에 들어갈 것 같아서..."
아마 정말로 들어갈 거라고 생각한다. 기부해주면 제자로 받아준다기에 기부했더니 정말로 받아줬고, 잡아서 족치겠다더니 정말로 잡아서 족치고 있는 걸 보면 허튼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아직도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레녹스 마법사의 어깨를 다독였다.
"돌아가면 연락마법을 쓸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위대한 후원자님. 얼마든지 부려주십시오."
"그렇게 말씀하시면 너무 부담스럽네요. 대공께는 이쪽에서 연락드리죠. 부탁드려요, 에들턴 경."
"네. 그런데 클라라라면, 샐리 양이 말한 그..."
위험하다. 왜 에들턴이 클라라에게 관심을 주지? 그 예쁜 애한테 관심이 있나? 적당히 잘 살고, 신분도 적당해서 평민이 장가들기에는 딱 좋은 집안이긴 한데. 감히 내 우아한 계획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다니. 미래의 소드마스터를 놓칠 수는 없다. 귀엽다고 요새 오냐오냐 해줬더니 용기가 가상하군.
"시녀죠. 말동무 삼아 거둬들인."
"샐리 양도 그분이 없어 많이 적적하신 모양입니다."
아니었나. 샐리 그 사악한 계집애가 매일 괴롭히기만 하는 줄 알았더니 예상외로 잘 챙기고 있었나. 하긴 내가 잠깐만 눈을 돌리면 자꾸 뭘 먹고 있기는 했다. 요즘들어 오동통 살이 올랐다 했더니 다 샐리가 잘 먹인 것이었나. 빨리 클라린스를 찾아와야 할 이유가 생겼네. 그 애가 없으니 마음편히 못된 계집애를 골릴 계획도 세울 수가 없다. 가끔 넋 달아난 이야기를 해서 듣는 귀족 창피하게 하는 말을 하곤 하는데, 그게 참 마음에 든다.
"길드에 항의를 해야겠네요."
"안됍니다! 제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진정하세요. 그 김에 의뢰할 것도 있으니까요. 오메르드 양의 실력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레녹스 마법사는 이상한 것을 본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실력을 알아서 아르카나님 밑으로 보낸 것 아니었습니까?"
"아뇨. 친구니까 신경써준거지요. 프라우에 돌아가면 기념으로 파티를 할 생각인데, 화려한 불꽃놀이를 할 생각이예요. 화약과는 다른, 차원이 다른 규모로 말이죠."
"폭발... 정말 아름다운 마법이지요. 그런 거라면 다른 마법사들이 더 잘 할겁니다. 오메르드 마법사는 크로노스같은 커리큘럼을 밟아서 역시 폭발에는 약하지요."
레녹스 마법사는 불꽃놀이라는 말에 몽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발 밑에 마법진이 있는데 저렇게 넋을 놓아도 되는 건가? 허공에서 손을 더듬으며 무언가를 찾는 듯 싶더니 프라우에 올 때 쓴 책을 뽑아냈다. 그나저나 책등이 살짝 찍혀있는 게 너무 신경쓰인다. 만져도 괜찮을까? 살짝 누르면 펴질 것 같은데. 에들턴은 책에 써있는 글자를 읽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 같다. 몰래 손을 뻗어 구겨진 책등을 폈다. 그리고 눈을 살짝 들었다. 경악하는 마법사와 눈이 마주친 순간 주변은 차노트 성 마법사의 탑이었다.
"어머. 정말 뛰어나네요. 레녹스, 크로노스로 옮기는 건 어때요?"
"세상에... 정말인가"
떨리는 목소리로 자기 손을 쳐다보는 레녹스를 두고 탑을 나왔다. 저 무식한 마법사는 권력에 굴복해 이동마법진을 상시개방해두었다. 탑 밖으로 나오니 역시 조금 쌀쌀했다. 멀리서 줄리에타가 달려오고 있으니 어서 피해야겠다. 대체 저 멀리서 내가 있는건 어떻게 안 건지.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에들턴이 고개를 갸웃한다.
"영애. 다시 프라우로 돌아가는 건 어떻겠습니까?"
"곤란해요. 올리비아 님께서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는걸요."
"하지만..."
"내일이면 떠나기로 한 날이예요. 하루 정도는 괜찮겠죠?"
영 탐탁찮아하는 에들턴을 두고 건물로 들어갔다. 열심히 발을 놀리다고 놀렸지만 슬리퍼는 어쩔 수 없었는지 줄리에타가 코앞까지 따라왔다. 숨이 차지도 않는지 옆에 딱 달라붙어서는 요새 통 안보이던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세상에, 영애! 모자가 정말 따듯해보여요! 그리고 이렇게 어울리는 망토는 대체 어디서 구하셨어요? 고트 영애가 보면 깜짝 놀랄거예요. 세상에... 공자라도 모셔와 보여드려야겠어요."
불쌍한 제이슨 고트를 마음속으로 위로했다. 그도 나와 같은 날에 돌아간다니, 귀경길은 덜 위험하지 않을까. 줄리에타는 봄이 올 때까지 차노트에 남아있는다고 했으니 소트 남작가의 동향을 알아보기 좋을 것이다.
"고트 공자는 소트 공자와 많이 바빠보이시던데요. 우리는 온실에서 차를 마셔요.
"좋아요! 제가 준비해둘테니 꼭 오셔야해요!"
올때처럼 부리나케 달려 사라졌다. 줄리에타 피뇨르와 같이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해도 숨이 찬다. 저 집안은 어쩜 저렇게 힘이 넘쳐날까. 에들턴이 건네준 서류를 들고 문을 열었다.
"다녀왔습니다, 올리비아님."
"어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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