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은 없어도 건강 하나는 대단하던 시골출신 클라렌스의 인생 최고의 위기가 찾아온 것은 독감처럼 열이 펄펄 끓어올라 한바탕 앓고 난 어느날이었다. 평민이기는 했어도 가난하지는 않아서, 아니 부유해서 내가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줄은 몰랐다. 이건 다 아버지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는 어쩌다 거저 산 땅에 어쩌다 농사를 지었더니 어쩌다 풍년을 맞아 대박을 친 벼락부자다. 이게 다 어쩌다 때문이다. 얼떨결에 대박을 친 아버지는 어느날 어쩌다 만난 남자가 소개한 정보에 귀가 팔랑팔랑 마음이 흔들흔들 하신 것이다.
"내가 아는 유명한 부동산업자가 그러는데, 이 도시 근처에 있는 그 산 아시지요? 저기, 발로틴 산맥 지류인 알론 산 말이예요. 그곳에서 금이 나올 것이라고 합디다."
"내가 사겠소!"
어쩌다 좋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고 우리 아버지는 좋다며 전 재산을 들고 그길에 계약까지 마치고 오신 것이다. 그것까지는 좋았다. 전 재산이라고는 해도 먹고 살 정도는 남겨둘 정도의 이성이 있으셨나보다. 하지만 그 다음 달에 우리 막내가 갑자기 병이 나 쓰러질 줄 누가 알았을까. 급하게 산을 팔려고 했지만 혹시나가 역시나. 산에는 금광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아버지는 그길로 충격을 받아 세상을 뜨셨다. 그 말은... 내가 요조숙녀에서 졸지에 소녀가장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번 생에는 조금 편하게 사나 했는데! 역시 이 세상에 거저 먹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래도 노동자인게 어디야? 적어도 누명을 뒤집어쓰고 사형선고를 받던가, 전쟁터에서 누군지도 모를 사람한테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암.
"클라렌스! 2층 튤립 홀에 가져다드려!"
"네, 주방장님!"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은 귀족들이 자주 찾는 고급 레스토랑의 서버다. 이 망할 귀족들은, 나도 귀족이었지만 참 인간만도 못한 것들이 많아서 내가 취직한 뒤로 열심히 인생을 살던 선배님들을 해고시켰고, 귀여운 후배님들도 해고시켰다. 이제는 잘 기억도 안 나는 귀족들의 예법과 정신세계를 간신히 찾아 죽어라 노력했다. 그렇게 버틴지 벌써 두달. 신의 장난처럼 하필이면 그 순간에 구두 굽이 부러져 넘어졌고, 하필이면 그 손님이 레스토랑 VIP이자 진상랭킹 1위인 빅토리아 리클렌 백작영애님인 것이다. 오 세상에. 샐러드를 뒤집어 쓴 고객님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계셨다. 그러고 보니 뒤통수가 쎄하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옛날 기억속에 이 장면이 있었다! 나는... 나는... 이제 이틀 남은 월급날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이 좋은 직장에서 땡전 한 푼 못 받고 쫓겨나게 될 것이다! 빅토리아 저 못된 계집애가 나를 자를거니까! 나는 직원들 사이에서 가장 완벽하다고 칭찬받는 비굴한 자세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죄, 죄송합니다 영애!"
빌어먹을 계집애는 슬프게도 내 기억과 똑같이 아무 대답이 없었다. 이제 맞은편에 앉아있던 진상손님의 딸랑이 1호, 티모시 리클렌이 불같이 화를 낼 시간이다.
"빅토리아. 괜찮아?"
"응. 괜찮아."
아니. 이 상황에서 저 목소리는 왜 들리고, 우리 진상님은 왜 집기를 깨부수지 않으실까. 이제는 잘리는 게 아니라 다른 게 무서워졌다. 차마 고개도 못 들고 벌벌 떨고 있으려니 어깨에 손이 턱 올라왔다. 경기가 난 것 처럼 화들짝 놀라니 톡톡 두드리기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클라렌스. 맞지?"
"네, 네네!"
"괜찮으니까 일어나."
눈만 살짝 들어 얼굴을 살피니 심지어 웃고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왜지? 왜? 과거의 진상손님, 현재의 천사손님께서 내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
"어쩌지? 나는 괜찮은데 실수했다고 해고될 수도 있겠어. 미안해. 실은 메리가 마법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었거든. 혹시 해고되거든 이걸 들고 나를 찾아오렴."
고급스런 편지봉투를 건네는 모습은 정말 천사였다. 근데 내가 글을 모르면 어쩌려고... 일단 순순히 받아서 지배인의 손에 끌려나갔다. 그리고 역시나 내 예상대로... 나는 잘렸다. 예상보다 너무 일찍 해고당해 머리가 다 아파. 짐을 싸들고 나와 정처없이 길거리를 돌아다녔다. 소녀가장 클라렌스가 잘렸으니 이제 귀여운 막내동생 마틴은 치료비를 대지 못해서 죽을 것이고, 그러면 마음 약한 엄마가 몸져 누워서 어린 동생들이 밥을 제대로 못 먹고, 그러면 내가 또 급하게 고향으로 내려가다가 전쟁통에 죽을 거다. 이제야 평화롭게 살아보나 했더니... 역시 인생.. 내 인생...
그래도 상냥한 빅토리아 영애께서 주신 편지를 한번 뜯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죽을 것 구경이나 해 보자. 그리고 편지를 움켜쥐며 만세를 외쳤다.
하틴 106년의 겨울 직전. 황제의 탄신연회가 열렸다. 평소처럼 제국 최고의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입고 첫째 오라버니의 손을 잡고 입장했다. 곧 황제가 황녀와 함께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사별한 왕비를 대신해 딸과 함께 춤을 추겠지.
'하틴'이라는 성과 접점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접촉함으로서 모든 진실을 읽을 수 있는, 인간을 벗어난 능력을 지녀 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에스메랄다 황녀는 동생 루드비히 황자와 춤을 추고 곧 사라질 것이다.
"꼬실 수 있겠어?"
"되게 해야지."
메리는 코웃음을 쳤다. 알버트가 허리를 살짝 찔렀다. 나도 같이 코웃음을 쳤다. 저 모자란 나는 내가 너보다 더 많은 삶을 살아서, 심지어 에스메랄다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아는것도 까먹었다.
"막으면 어떻게 할래?"
"음... 다음 파티에 알버트의 에스코트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줄게."
졸지에 상품이 되버린 알버트가 열심히 사레질을 했지만 나는 메롱 하고 당당하게 황녀의 앞에 섰다.
"에스메랄다님. 오랜만에 뵙지요?"
가라앉은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에스메랄다의 뒤를 쫓았다.
"제가 작은 파티를 열 생각이라서요. 황녀님도 초대할게요."
당당하게 초대장을 넘기고 뒤돌아섰다. 괜히 오래 붙어있으면 오라버니한테 혼나고, 아버지한테 혼나고, 내 뒤통수는 여기 있는 사람들 시선에 구멍이 날거야. 황녀는 봉투를 한번 쳐다보고는 잘게 찢어 바닥에 뿌렸다. 아. 성질머리 하고는. 어쩌겠는가. 급... 이 아니고 계급이 딸리니 살며시 웃어드리는 수밖에.
"감히 누구에게 오라 가라 명령이냐. 직접 오거라."
아이고 당연히 그래야지요. 허리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황녀, 황태자의 사람이 리클렌 저택에 찾아온 것은 겨우 이틀이 지난 뒤였다. 아무도 대동하지 않고 가겠다는 말에 온 집안이 뒤집어져 어머니가 쓰러지고, 아버지가 뒷목을 잡는 사이 쏜살같이 튀어나가 마부를 재촉해 달렸다. 오래전 세상을 떠난 황후가 예술가들을 초대해 음악회를 열던 홀을 지나쳐 응접실 문이 열렸다. 문이 닫히고, 에스메랄다의 맞은편에 앉았다.
"허락하지 않아도 멋대로 잘 한다."
"오늘까지는 천방지축이고 싶어서요. 에스메랄다 님."
오늘까지다. 오늘이 지나면 우리의 삶은 아직 입은 적 없는 피해를 위한 복수를 향해 달릴 것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황녀의 안그래도 창백한 얼굴이 더 하얘져서 살짝 떨리고 있었다.
"글쎄... 죽고, 죽고, 또 죽었는데 또 살고 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네."
확실한 것 하나는, 우리가 3년 뒤부터 차례대로 죽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그만 죽고싶지 않아?"
에스메랄다는 끼고있던 반지를 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선물받았다거나, 대대로 내려오는 귀중품은 아니었다. 다만 에스메랄다가 어딜 가든 늘 끼고 다니던 반지였다. 그 반지를 끼고 우리는 마주보며 정말 시원하게 웃었다.
질린다 질려. 어떻게 얘네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매일 생각하는 건 이번시즌 드레스 디자인이 나한테 안어울리고, 우리 어머니는 그것도 모르고 맨날 신상만 사온다 이거야? 야. 마음에 안들면 그냥 입지 마. 입지 말고 그냥 작년에 입던 너한테 어울리는거 입고 와. 맘에 들면서 아닌척 하지 말라고 짜증나네.
그래도 개중에 조금 나은 것들도 있는데, 자신이 제일 예쁘다는걸 너무 잘 알아서 매번 파격적인 스타일로 파티에 오는 고트 영애가 있다. 소피아 고트의 주얼리를 아낌없이 퍼부은 스타일은 정말 얼굴이 소피아 고트가 아니고서는 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되는 스타일인 것이 문제다. 그리고 그걸 따라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영애가 내 주변에서 지금 얼쩡거리고 있다.
"어머, 빅토리아!"
"샬롯! 오랜만이예요. 잘 지냈죠?"
"물론이지. 백작님도 건강하시지?"
대답없이 그냥 웃기만 했더니 기분 나쁜 티를 내면서 드레스 자락을 움켜쥔다. 샬롯 노먼. 16살. 노먼 자작의 첫 손이다. 집안도 적당히 부유하고, 사교계 평판도 나쁘지 않은 집안이다. 저 성격만 빼면. 저 집안과 손을 잡아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그랬다간 오메르드와 척을 지고 나는 또 죽을테지. 이 다음은메리 오메르드이니 절대로 안된다. 가진것 하나 없는 상태로 시작할 수는 없어.
"빈센트 공자님은 요새 어떠시니?"
머나먼 타향에서 고생하시는 우리 둘째 오라버니는 왜 찾니 이 얄미운 계집애야. 망설이는 찰나에 누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빅토리아. 약속 잊어버린 건 아니지?"
어찌나 세게 잡는지 어깨가 부서질 것 같다. 안 잊어버렸으니까 좀 놓아줬으면 좋겠어.
"오, 오메르드 공자?"
"안 잊었어요. 먼저 가 계셔도 되는데."
"어떻게 레이디를 두고 먼저 갈까요."
태연하게 손을 내민다. 참. 어깨 붙잡던 손은 누구 손이니? 어쩌겠니. 아무 힘도 없는 민간인은 하자는 대로 손을 얹어야지. 그래도 말없이 갈 수는 없으니 노먼에게 활짝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화가 나는걸 주체 못해서 손에 들고있는 '바다 건너 파트론 제국에서 유행한다는 최고급 쥘부채'를 반으로 곱게 쪼개 바닥에 집어던지려는 모양새다. 활짝 웃으며 작별인사를 건네고 그길로 그냥 저택을 나섰다. 옆에서는 그 '오메르드 공자'가 좋아서 웃고 난리가 났다.
"그렇게 좋아?"
"응. 가진건 돈밖에 없는 주제에 자꾸 이 공자, 저 공자 찔러보는거 짜증났어."
한심한 눈으로 한번 쳐다봐줬다.
"넌 그 돈이 없어서 이모양으로 살지 않니?"
이렇게까지 말하면 조금 기죽을 법도 한데 당차게 말한다.
"네가 있고 내가 있지 않니?"
"말은 참 잘해요. 평소에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왜 기생충한테 살갑게 대해야 하는데?"
진심으로 싫다는 눈빛으로 얼굴을 찡그리는데 왜 내 마음이 아픈지. 꼭 들어줘야 할 것 같은지.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로 쳐다보지 마! 그래! 내가 다 할게! 한다!
"그보다 알버트는?"
"자. 어제 당직이었어."
그렇다고 멀쩡하게 자고있는 쌍둥이 행세 하고 다니는건 너무하지 않은가? 나도 가끔 저러긴 했지만 그건 전쟁때나 그랬고... 하긴 우리들 기준으로는 지금도 전쟁중이지.
"이제 슬슬 움직이셔야지요?"
"응?"
"독학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우리들 중에 힘 좀 쓴다는 건 두 분 오메르드 뿐이니까. 내가 길드에 꽂아줄테니까 제대로 배우고 와."
눈동자가 집시들이 추는 춤을 마구 추고 있지만 정신을 못 차릴때 계속 말해버려야한다. 그러면 나중에 아? 그랬나? 하고 넘어가는 멍청한 빅토리아 리클렌이니까.
"알버트도 독립을 해야 하지 않겠어? 물론 내가 미덥긴 하겠지만, 네가 언제까지고 실권을 쥐고 있을 수는 없잖아. 짜증나는 사실이지만 작위를 받는 건 어디까지나 남자야."
메리는 얼굴을 찌푸렸다가 한숨을 쉬었다. 질투해봐야 무슨 소용이겠어. 쟤가 너고 니가 나인데.
"... 아르카나 학파로 넣어줘."
열심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내가 꼭 길드 간부급 이상한테 꽂아줄게. 내 후생 혹은 전생을 위해 현생의 돈을 쏟아부어주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단지 온갖 사고를 다 치고 다닐 메리 때문에 여기저기 다니며 사과해야 할 내 앞날이 너무 서글펐다.
그러고보니 나는 과거든 미래든 변함없이 대책이 없었다. 그건 지금 이 상황을 보아도 그렇다.
"아가씨. 대체 저 아이는 어디서 주워오셨는지요? 대체 어디에서 살던 아이인지 사투리에 교양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어요."
신분이 낮아도
"리클렌 영애. 메리 오메르드가 영애께 집착하는 것 같은데... 제가 개인적으로 알버트 오메르드를 알고있는데 연락해도 괜찮을까요? 자꾸 영애 근처를 맴돌면서 다른 영애들에게 시비를 걸고 있는게 꼭..."
집안에 먼지만 날려도
"빅토리아. 에스메랄다 님이 마주칠 때마다 나를 노려보는데 무슨 일 있었니? 잘못했으면 먼저 빌고, 잘못한 것이 없으면 꼭 말해야한다."
신분이 더없이 높아도 셩격이 더없이 더러운 것이다. 그나마 지금은 나았다. 부모님과 오라버니들이 에스메랄다보다 더 떠받들어주니 패악을 부릴 필요가 있을까? 단지 조금 슬픈 것이 있다면 내가 너무 무능한 것이다.
뭐 어때. 여섯번 살아보니 돈이 최고다. 돈만 있고, 돈만 제대로 쓰면 마법사 길드 고위 간부보다도 더 떵떵거리고 살 수 있는 세상이다. 그치들은 아는 것만 많지, 실질적인 신분은 평민인 사람이 많다. 능력 있어서 뭐하나? 마법만 하면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나? 어디 왕국에 결계 유지보수직으로 취직할 수 있으면 좋은 직장을 구한 것이요, 하다못해 시골 영지에 치료사로 취업하더라도 감지덕지인 것이다. 그러니까 고명딸로 태어나 보통은 시집갈때 에물로 받고 말 재산을 통 크게 미리 떼어 약속받은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다. 내 성격이 이렇게 좋은 것이 다 가족들 덕분이지. 그 물려받은 재산을 열심히 휘두르며 오늘도 신나게 미래의 정적들의 뒤통수를 후려치기로 했다.
오늘 뒤통수를 맞으실 분은 오르타 공작. 선대에 여러번 황가와 혈연을 맺어 사교계에서 있는 척 없는 척을 다 하고 다니는 인간이다. 그의 실체는 마이어 부흥파 진골중의 진골으로, 마이어 왕조 마지막 왕의 사생아였다고 한다. 어쩐지. 하틴 제국의 탄생기를 읽을 때 혜성처럼 등장한 오르타 가문의 실체를 깨달았을 때, 나는 내가 저 놈을 숙부라고 불렀다는 사실이 너무 억울해서 땅을 치고 울었다.
제국의 금싸라기 땅을 혼자 다 드신 반역도당들을 어떻게 긁어야 황녀에게 칭찬을 받을지 고민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공작저택에 도착하고 말았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 뿐이다. 재능을 살려 최대한 미친년처럼 굴자.
"오르타 공작님.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아, 빅토리아! 오랜만이로구나."
아버지, 어머니, 큰 오라버니, 작은 오라버니랑 같이 오면 기죽어서 아무말도 못 하면서 꼭 나 혼자 파티에 오면 이렇게 친한척을 한다. 그리고 꼭 과도한 접촉을 시도하지. 그래서 여성 귀족사회에서는 저놈을 이렇게 부른다. 작두로 잘라버려야 할 손목, 작손이라고. 공교롭게도 작손은 옛날에 망해 사라진 황가의 친척으로, 정의롭고 청렴했다고 유명했다. 그러니 남들은 아는데 저 집안 사람들만 모를 것이다.
"얼마 전에 공작님 소유의 살롱에서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아니네, 아니야. 감히 귀족에게 대드는 것들은 당연히 가만히 둘 수 없지."
그렇지. 네 사생아니까. 근데 당신도 황위를 노리는 사생아의 후손이면 그런 말 할때 입술에 침이라도 발라야 한다고 생각해.
"옥에서 나오거든 내가 엄한 벌을 내리고 수도에서 쫓아낼 것이니 걱정 말게."
"아버님께서 어디서 들으셨는지 화가 많이 나셔서 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
고개를 꾸벅 숙이고 물러났다. 돈이 많아 대장이 된 것 뿐이지 머리도 아닌 것이랑 오래 대화할 필요 없어. 남자들이랑 춤 추라고 불러다 놨는데 춤 안추고 패악질 부리기로 유명한 나는 성큼성큼 또래들 사이로 끼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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