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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EPOS

성배전쟁AU - 약속

 벤자민은 오늘도 눈을 떴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던 땅이다. 강제로 불려 나왔고, 그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너무 많은 걸 알아야 이미 죽은 몸이고 너무 많을 걸 알려봐야 그에게 나쁜 추억만 안겨주는 꼴이니까. 지킬 수 없었던 약속은 약속으로 남겨두는 편이 모두에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

 힐다, 마스터에게는... 나는 지독히도 말을 듣지 않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조금이라도 열심히 일할 걸 그랬나? 지금 후회해 봤자 늦은걸. 멋대로 다니는 걸 싫어하겠지만 조용히 빠져나왔다. 말을 타고 정처 없이 달렸다. 힐다는 벤자민에게 그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다. 알고 있는 거다. 곧바로 그에게 찾아가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걸.

 말도 벤자민의 마음을 아는 듯 힘차게 달리지 않고 자꾸 걸었다. 벤자민은 갈기를 잡아당기며 신경질을 냈다.


 "왜 너까지 말썽이냐?"


 말이 길게 울었다. 벤자민은 코웃음을 치며 박차로 허리를 찼다.






 결국 말은 끝까지 걸었다. 벤자민도 포기한 듯 말이 가는 대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점점 더 어딘지 모를 장소로 들어간다. 이미 시간이 꽤 지났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지 않는다면 힐다에게 한 소리 들을 테지만 말이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걸, 하며 생각을 날려 보냈다. 그때 어디선가 철컹 소리가 났다. 오늘 그는 갑옷을 입지 않았다. 벤자민은 긴장하며 검 자루에 손을 얹었다. 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멈춰 세우는 순간, 말이 나뭇가지를 밟았다. 바스락 소리와 동시에 벤자민은 이를 으득 깨물었다. 이놈의 말 자식, 돌아가면 무조건 베어버린다. 저쪽에서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쪽으로 걸어왔다. 멀지 않은 곳에서 넌지시 묻는 말이 다가왔다.


 "누구냐."


  벤자민은 눈이 시큰해 살짝 깜빡였다. 그가 대답이 없자 다시 물어왔다.


 "누구냐고 물었다. 대답하지 않는다면 벤다."

 "약속... 지키러 온 사람입니다."

 

 목이 메어 겨우 내뱉은 말에 반대쪽에서도 대답이 없었다. 수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의 모습은 어딘가 예전과 달랐다.


 '헤루안! 살아남는다면 꼭 돌아갈게요. 죽어버린다고 해도 꼭... 그러니까 부디 조심하세요.'

 "그런 약속 따위 지켜달라고 한 적 없는데."

 

 겁 없이 말 곁으로 다가와 서 있는 그를 보았다. 전과는 다른 눈빛. 어딘가 다른 기분에 손을 내밀지 못했다. 벤자민은 자신도 모를 이상한 행동을 했다. 아직도 검 자루에 손을 얹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가 손을 뻗었다. 내 뺨에 닿기 직전 묘한 느낌이 몸에 퍼졌다. 움찔 뒤로 물러서자 말이 놀라 퍼덕였다.

 그도 마법사였지. 벤자민의 눈에 안타까움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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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배전쟁 벤헤루의 소재 멘트는 '왜 내가 이러는 지 모르겠어', 키워드는 약속이야. 우울한 느낌으로 연성해 연성

난 페제도 페스나도 안봤는데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얼른 봐야겠다


(+2017. 12. 8)

페스나 봤음! 딘스나는 아니구 UWB으로... 헤필은 아직 안봤음... 페제 보다 말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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