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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EPOS

벤헤루 - 네가 그럴 때마다 난 미쳐버려

2013. 12. 23.


 얻어맞은 뒤통수가 깨질 듯이 울렸다. 검을 가지러 간다더니, 내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어디서 뭘 하는 거야. 벤자민 이 녀석. 헤루안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차가운 바닥을 더듬으며 천천히 몸을 추슬렀다. 쩔그럭 소리가 나며 손발에 무언가가 묶인 듯 무거웠다. 누군가의 발소리가 울리고 그의 눈을 가린 붕대가 콧날을 스쳤다. 조심스럽게 눈을 뜬 그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안녕. 부단장님."

 "벤자민?"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부단장님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고. 내 진심도 모르겠고."


 벤자민은 헤루안의 앞에 쭈그려 앉아 턱을 괬다. 무표정하던 그의 얼굴에 갑자기 웃음꽃이 피었다. 반달 모양으로 휜 그의 눈을 바라보던 헤루안은 눈빛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얼굴에 손이 닿기 직전 손목이 저릿하며 막혔다.



 "어어. 그렇게 막 움직이면 아플텐데."


 벤자민은 발로 밟고 있던 사슬을 잡아당겼다. 팔이 위로 잡아당겨 지며 일으켜 세워진 헤루안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난 누굴까요?"

 "벤자민!"

 "크라헤 대장? 부단장에게 집요한 괴짜? 운동광?"


 헤루안의 턱을 쓰다듬은 벤자민은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들었다. 서슬 퍼렇게 날이 선 검을 눈앞에서 흔들었다. 헤루안의 뺨을 스치고 핏방울이 맺혔다.


 "있잖아요. 사랑하는 헤루안."


 당황한 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그의 눈빛에 벤자민의 눈이 일렁였다. 아무 말도 없이 그의 어깨에 검을 찔렀다. 헤루안의 비명이 꽉 막힌 지하에 울렸다.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눈에 비쳤다. 핏빛으로 물든 눈을 바라보며 헤루안은 뒤로 주춤 물러났다.


 "난, 누가 그런 눈으로 볼 때마다 어떻게 될 것만 같아요."

 "대체 왜.....?"

 "형도 마지막엔 그런 눈이었지."


 꽉 다문 헤루안의 입술이 벌어지자 피에 젖은 엄지손가락으로 입술을 문질렀다. 빨간 립스틱을 칠한 것처럼 피를 발라놓고서 뭐가 그리도 좋은지 그는 쿡쿡거렸다.


 "그래, 그 눈빛. 그 거리감... 네가 그럴 때마다 난 미쳐버려."


 벤자민은 헤루안의 입술에 묻은 피를 핥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포갰다.


 "사랑했어요. 아마도."


 그렇게 말하며 벤자민은 그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헤루안은 섬뜩한 느낌에 몸부림을 쳤다. 벤자민은 몸부림을 치는 헤루안을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의 심장을 덮은 자신의 왼손을 찔렀다. 아픔 따위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을 이기지 못했다. 품속에서 천천히 잠드는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벤자민은 그의 얼굴에 떨어진 물방울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아마 정말 사랑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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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8)

내용이 왜이럴까